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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중에

[넥서스 3편] AI 시대, 기본소득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

"AI가 일자리를 없애면 국가가 기본소득을 줄 거야. 그냥 좋게 생각하자."
그 말 안에 빠진 질문 하나. AI가 만든 부는 과연 누구의 것이 되는가. 《넥서스》를 읽으며 도달한 불편한 통찰.

넥서스 3편

AI 시대, 기본소득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

《넥서스》를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AI 자체가 아니었다.

오히려 AI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인간 사회가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하라리는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권력은 언제나 정보와 함께 움직였다고.

문자를 가진 집단. 기록을 가진 집단. 인쇄기를 가진 집단.

그들은 언제나 더 많은 영향력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AI라는 새로운 정보 혁명의 시작점에 서 있다.


AI 시대를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기본소득이다.

 

논리는 단순하다.

AI가 생산성을 높인다.

사람의 일자리는 줄어든다.

국가는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나 역시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기본소득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OpenAI의 샘 올트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기술 기업가들이다.

모두 미국 사람이다. 그리고 모두 AI를 만들거나 그 인프라를 공급하는 회사의 수장이다.

 

그들이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가 있다.

AI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부가 자국 기업에 쌓이고,

그 부에 대한 과세권 역시 자국 정부가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안에 쌓이는 AI 수익.

미국 정부가 걷는 세금.

그리고 미국 국민에게 돌아가는 재분배.

 

기본소득은 결국 부가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 질문이 생긴다.

AI가 만든 부는 과연 어디에 쌓이는가.


여기서 나는 과거 제국주의를 떠올렸다.

 

제국주의의 구조는 의외로 단순했다.

다른 나라에서 값싼 노동력과 원자재를 가져온다.

그것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 상품을 다시 그 나라에 판다.

부는 제국의 중심으로 흘러 들어간다.

 

식민지 국가는 열심히 일했다.

노동력을 제공했고, 원자재를 공급했다.

하지만 최종 부가가치는 대부분 제국의 몫이었다.

 

AI 시대를 보고 있으면 묘한 기시감이 든다.

형태는 다르지만 구조가 닮아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남기는 데이터.

전 세계 사용자가 만들어내는 정보.

그리고 저임금 국가의 수많은 AI 학습 노동.

그 모든 것이 거대한 AI 모델을 성장시킨다.

 

과거 제국주의가 식민지의 원자재와 노동력으로 성장했다면,

AI 제국은 전 세계 사용자가 남기는 데이터와 정보로 성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AI는 다시 전 세계에 판매된다.


사람들은 AI 독재를 걱정한다.

물론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감시가 보인다. 검열이 보인다. 억압이 보인다.

눈에 보이는 위협은 저항할 수 있다.

 

하지만 AI 제국주의는 다르다.

그냥 편하게 ChatGPT를 사용한다.

유튜브를 본다. 넷플릭스를 본다.

불편함은 없다. 억압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데이터는 축적된다.

사용료는 해외로 흘러간다. 부가가치는 플랫폼 기업에 쌓인다.

그리고 그 부에 대한 과세권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

2026년 5월, 구글코리아는 1540억 원 법인세 불복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넷플릭스는 762억 원 중 687억 원에 대한 세금 취소 판결을 받았다.

메타도 2300억 원대 법인세 소송에서 이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구글의 서버와 데이터센터는 싱가포르에 있다. 한국에는 '고정사업장'이 없다. 현행 국제 조세 체계에서는 과세가 쉽지 않다.

국내 기업 네이버가 수천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는 동안, 글로벌 빅테크는 이 구조를 활용해 과세권 밖으로 빠져나간다.

AI 시대엔 이 문제가 훨씬 커진다.

AI 제국주의는 총과 칼로 오지 않는다. 편리함으로 온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더 천천히 스며든다.


한국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있고, HBM은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이것은 결코 작은 위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최종 부가가치는 어디에 쌓이는가.

AI 모델과 플랫폼을 가진 기업인가. 아니면 그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인가.

AI 시대의 가치사슬에서 누가 가장 큰 몫을 가져가는지는 아직 완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플랫폼 산업 역사를 보면, 최종 부가가치는 플랫폼 소유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그 플랫폼에 세금을 충분히 부과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방금 본 법원 판결들이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기본소득 논의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논의다.

 

다만 그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과거 제국주의는 총과 칼로 왔기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AI 제국주의는 편리함으로 온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위험이 아니라 혁신으로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AI 시대를 이야기한다면, 기본소득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AI가 만든 부는 누구의 것이 되는가.

그리고 그 부에 대한 과세권은 누가 가지는가.

어쩌면 AI 시대의 미래는 기본소득보다, 이 질문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