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운좋게
11년 다닌 회사에서 정년까지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점점 조여오는 압박감과 부조리에 버티는 날들이 이어지고, 뭐라도 할 게 있으면 바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3개월 넘게 하던 때,
오랜 세월 같이 근무했던 부장님께서 투자자를 만나 “Start up 회사에서 같이 일 해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사표를 제출하고 너무도 힘들었던 공간을 벗어났습니다.
그렇게 죽을 거 같은 상황에서 탈출했습니다.
II. 희망과 자신감
각자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예전 동료들한테 같이 일 하자고 제안 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무실에 내 책상도 생기고,
조직이 꾸려지고 공간이 생기고 해야 할 일을 정하며, 하루하루 출근길이 희망이었습니다.
오기로 한 핵심 엔지니어가 오지 않아 계획했던 일이 어긋나기도 했지만 소소한 영업이 진행되면서
정년 없는 회사를 같이 만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이 회식할 때면 간혹… “회사 잘 되게 만들어 70까지 일하시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III. 열정과 노력
비록 투자하신 대표님이 계시지만,
다들 자기 회사란 생각으로 돈 되는 일은 무조건 했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밤샘 업무도 당연히 받아들였습니다.
마지막 직장이고, 이 회사가 잘돼야 내 생활이, 내 가정이 유지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 번은 추석 연휴 전날 새벽까지 일하고 구미에서 복귀하는데, 일하는 시간에 대한 불만보다 그냥 일이 잘 해결 된 것 자체가 너무 좋아, 올라오면서 맞는 그 새벽 바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IV. 균열과 점점 루틴화 되는 회사
같이 꿈을 꾸던 초기 멤버 2명이 2년 후 퇴사했습니다.
천년만년 같이 갈 것 같던 동료가 그만 두기도 하고.
사업 초기 대박을 바란 건 아니지만, 성장하는 회사에서 안정된 삶을 계획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근이 버티는 매출이 3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과연 이 회사가 얼마나 버틸지?” 불안했습니다.
회사 초기 “같이 만들어 보자”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여느 회사와 동일하게 내 영역이 아닌 일엔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V. 밀리는 급여
들어간 지 4년이 지나 간혹 급여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 번은 “그럴 수 있지, 이 시기만 지나면 괜찮겠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몇 번은 너무 불안했고, 회사 상황을 봤을 때 나아질 것 같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경우, “회사가 망하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45살에 희망으로 입사했던 Start up 회사였는데, 49살에 닥친 현실은 암울한 불안이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왜 이런 상황이 된 거지?”
49살.
스트레스로 건강까지 좋지 않은 상태로 하루하루 버티며 출근하는 와이프에 대한 미안함,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애들, 돈 들어갈 일이 아직도 한창이고,
아파트 대출도 계속 갚아야 하고,
지금 생활을 유지하려면 직장을 다녀야 하는데, 월급이 밀릴 정도로 어려운 회사.
45살, 이전 직장을 그만 둘 때는 사내 정치를 참지 못해 죽을 것 같았는데,
49살에 처한 현실은 “열심히 살았던 내 삶” 전체가 부정당한 느낌이었습니다.
VI. 도대체 뭘 잘 못한 걸까?
돈을 쫓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돈 번 사람들이 우연히 그렇게 된 일회성 말을 왜 믿었던 걸까?
일 만큼은 좋아했고, 열심히 했지만, 그 돈이란 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일보다, 돈 되는 일을 쫓아야 그나마 49세 이후 비참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어”
사장 될 사람은 떡잎부터 다르다
이 소리는 사장들이 직원에게 그냥 넌 계속 직원해!! 라는 소리 같네요.
직원은 49세까지 가능한데…
“떡잎이 중요한 게 아니라, 49세 후 비참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직장인 모두 자영업을 미리 준비해야 돼”
매사에 열심히 해야 돼
그 매사에, 직장이 포함되면, 사장님만, 혹은 날 부리는 윗사람만 득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매사 말고, 진짜 내 일에, 나한테 돈 되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해”
다 때가 있다
49세가 될 동안 마냥 기다리면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 때는, 지금 생각이 들었다면 그게 그 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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