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생존기 시리즈 | 29편
AI는 이미 와 있는데, 법은 왜 이렇게 느릴까?
며칠 전, 와이프가 강남에 있는 한 카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직원은 한 명.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고,
커피는 로봇팔이 만들고,
직원은 테이블만 정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점심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너무 많아 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더 놀라운 건 커피 맛도 괜찮았다는 겁니다. 몇 년 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던 로봇 커피 머신과는 또 다른 수준이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카페가 하나둘 늘어나면,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밀려나는 걸까.'

AI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을 이야기합니다.
정치권은 재교육을 이야기합니다.
로봇세도, 노동시간 단축도 계속 나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말 무언가가 진지하게 움직이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왜 안전장치는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걸까.
이러다 산업혁명 때처럼, 일반 시민이 또 가장 늦게 보호받는 건 아닐까.
그래서 이번에는, 왜 법은 기술보다 항상 늦게 움직이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 ● ●
28편에서 이어지는 질문
28편에서는 산업혁명이 왜 노동자를 지키지 못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때는 시민을 지킬 이유가 없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정부도, 기업도, 사람을 지켜야 하는 구조적인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합니다. AI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기본소득, 재교육, 노동시간 단축, 로봇세 같은 제도는 생각보다 너무 느립니다.
왜 그럴까요?
● ● ●
1. 아직은 대부분 자기 일이 아니라는 생각
처음에는 정부가 늦게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회 전체가 아직 이 문제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먼저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를 보면, "AI 때문에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고 느끼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내 일자리를 빼앗겼다'라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원래 어려웠던 취업이 조금 더 어려워진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세대가, 오히려 가장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일하고 있는 기존 근로자 는 어떨까요. 아직은 AI가 내 자리를 직접 대신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직군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 입장에서도 전체 고용지표는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도 아직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합니다.
결국 시민도, 정부도, "준비는 해야 한다." 정도의 감각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직은 모두가 '언젠가 올 일'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 산업혁명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이 감각은 낯설지 않습니다.
27편에서 봤듯이, 산업혁명도 처음부터 대량 실업이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 공장이 생겼고, 생산이 늘었고, 경제도 성장했습니다.
그 당시 방직기는 어디까지나 사람을 도와주는 기계였습니다. 지금 AI가 사무직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지금의 생성형 AI도 그렇습니다. 에이전트 AI도 그렇습니다. 아직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사람의 일을 더 빠르게 만들어주는 데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신입 채용은 줄었지만,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에게는 AI가 오히려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산업혁명 초기처럼 AI를 생산성을 높여주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나를 대체하는 존재라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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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언제부터 달라질까요?
레이 커즈와일은 AGI가 2029년쯤 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아직 3년 남았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그 시점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110만 건
2025년, 전 세계 해고 발표
5만 5천 건
기업이 직접 "AI 때문"이라고 설명
흥미로운 건, AI가 이미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으로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기업은 먼저 움직였습니다.
강남의 그 카페도 비슷합니다.
아직 로봇팔이 모든 카페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게 되네?"
라는 하나의 성공 사례만으로도 다음 투자는 시작됩니다.

앞으로 신입 채용은 줄어들고, 기존 인력도 조금씩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누구에게나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은, 아마도 피지컬 AI가 공장과 물류, 서비스업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시점일 것 같습니다.
그때는 사무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눈앞에서 사람이 로봇으로 바뀌는 장면을 누구나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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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28편에서는 왜 산업혁명이 노동자를 지키지 못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왜 AI 시대의 법은 아직 느린지를 따라가 봤습니다.
처음에는 정부가 늦게 움직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따라가 보니, 조금 다른 그림이 보였습니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미래를 먼저 준비합니다.
정부는 시민이 현재를 체감해야 움직입니다.
기업 생존 판단 → 채용 축소 → 실업 증가 → 시민 불만 → 정부 대응

그래서 순서는 늘 비슷했습니다. 기업이 먼저 움직이고, 사람들은 나중에 체감하고, 정부는 그제야 움직입니다.
산업혁명도 그랬습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궁금합니다.
이번에도 꼭 대량 실업이라는 현실이 눈앞에 닥친 뒤에야 움직이게 될까요?
우리는 산업혁명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순서를 다시 밟아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번에는 조금 더 빨리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그 답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산업혁명이 어떻게 끝났는지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역사를 알고도 같은 순서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몰라서 하는 실수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편에서는, 미국, 유럽, 그리고 한국이 AI 시대를 대비해 어디까지 준비하고 있는지, 각국의 법제화와 정책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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