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시간도 없는데 보강운동까지? 그렇게 무시했던 보강 운동을, 2년간 부상을 반복하고 나서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기록보다, 마일리지보다, 먼저 챙겨야 했던 것에 대한 이야기.

무시했던 보강 운동을 다시 시작한 이유
I. 달릴 시간도 없는데 보강운동을?
1km도 못 달리던 내가 5km를 넘어, 10km 정도 달리게 되면, 그때 '이 정도면 나도 러너 아닌가' 그렇게 느끼는 거 같습니다.
이런 저런 영상을 찾아보다, 처음으로 [보강 운동]이라는 용어를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됩니다.
'아니, 옷 입고 나가서 10km 달리고 집에 다시 오면 1시간 30분 정도는 훌쩍 가는데, 달리기 말고 보강운동까지?? 달릴 시간도 없는데,,,'
그렇게 [달리기 보강 운동]은 내 루틴에서 멀어졌습니다.

II. 부상은 한 번에 오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부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10km를 한참 루틴으로 달릴 때, 달리기 부심이 엄청났습니다. 올챙이적이었죠.
좋은 계절에 20km를 달려보고 싶었고, 나름 내 한계에 도전한다는 느낌으로 뛰었습니다.
바로 무릎 부상이 왔습니다.
그때는 혼자 달릴 때라, 욕심도 크지 않아서 맘 편히 쉬었습니다.
문제는 동호회에 들어가고 나서였습니다.
혼자 뛸 때는 '나도 나름 잘 뛴다' 생각했는데,,, 동호회에 가니 제가 올챙이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모때마다 힘들게 훈련을 소화하고, 대단하신 분들의 존재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하프, 32km 대회를 거쳐, 동호회 가입 8개월 만에 첫 풀코스 도전.
Sub 4라는 욕심을 갖고 달린 첫 풀코스에서,,, 그 부상이란 게 찾아왔습니다.
'왜 달리는데 부상이 오지?' 라며 달리다 다쳤다는 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제가, 그 당사자가 된 거죠.
부상 이후 바로 뛰어보았습니다. 300미터도 못 가 쩔룩거리고.
괜찮아져서 5km, 10km 도전했으나, 또 쩔룩이고.
결국 5개월이 지나서야 15km 정도 뛸 수 있었습니다.
그 기간 동안 달리기를 그만둘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그렇게 1년 뒤, 100km 울트라를 도전했다가, 또 4개월을 고생했습니다.
근 2년을 부상 → 회복 → 또 부상으로 반복했습니다.
그때마다 보강 운동을 떠올렸을까요?
한 번도요.

III. 안 다치고 뛰는 기쁨
올해, 마음을 바꿨습니다.
4월 풀코스를 조심조심, 부상 없이 완주만 하자는 생각으로 뛰었고, 4시간 24분만에 들어왔습니다.
다친 이후 처음으로 부상 없이 완주한 풀코스였습니다.
그리고 청남대 100km 울트라도 힘들었지만 부상 없이 완주.
완주했다는 생각도 좋았지만, 더 좋은 건, 그렇게 뛰고도 며칠 쉬고 나서 여느때처럼 달리는 제 모습이었습니다.
대회 끝나고 며칠 쉬면 바로 다시 뛸 수 있다는 것.
이전에는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2년을 고생하고 나니, 그게 이렇게 대단한 건지 새삼 느꼈습니다.

IV. 욕심이 올라오면, 또 무섭다
부상 없이 뛰기 시작하니, 슬슬 욕심이 올라옵니다.
풀코스 Sub 4는 기본이고, 3시간 30분 안에 들어오고 싶고,
울트라도 좀 더 편하게 완주하고 싶고,
산악 마라톤에도 입문하고 싶고,,,
근데, 그 욕심이 올라올 때가 조심해야 할 때라는 걸 알게 됩니다.
동호회에서 한참 실력이 향상되는 분들을 보면 은근 걱정도 됩니다.
그렇다고 한참 달리기에 진심인 분들께 바로 이야기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모든 분들이 부상을 경험하는 건 아니기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제 자신한테는 문득문득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화영아 그 욕심날 때 조심해야 해. 한번 다치면,,, 몇 개월 또 못 뛰고,, 그럼 마음도,, 실력도,, 또 거꾸로 가잖아.'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조심하는 게 아니라, 다치지 않는 몸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결국, 다시 [보강 운동]이 떠올랐습니다.
처음 유튜브에서 보고 무시했던 바로 그것.

V. 드릴 운동과 보강 운동은 다르다
보강 운동을 다시 찾아보면서, 예전에 헷갈렸던 게 하나 정리가 되었습니다.
달리기 관련 운동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더군요.
| 🏃 드릴 운동 | 🛡️ 보강 운동 |
|---|---|
| 한마디로 "잘 뛰기 위한 움직임 연습" |
한마디로 "안 다치고 오래 뛰기 위한 근력 운동" |
| 목적 자세, 리듬, 착지, 효율 개선 |
목적 근력, 안정성, 버티는 힘 |
| 대표 동작 스킵, 바운딩, 러닝 ABC |
핵심 부위 무릎, 엉덩이, 코어, 발목 |
| 효과 러닝 폼 교정, 기록 향상 |
효과 부상 예방, 피로 누적 방지 |
예전엔 드릴 운동이 더 멋있어 보였습니다.
뭔가 전문 러너 같은 느낌도 있었고, 실제로 기록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부상을 반복하고 나니, 잘 달리는 사람들이 보강운동 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드릴 운동은 "더 잘 달리기 위한 것"이고,
보강 운동은 "계속 달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더 잘 달리는 것보다, 계속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VI. 100회씩, 그리고 깨달음
운이 좋았습니다.
저희 동호회 분들을 보면,
실력이 급격히 향상되다가, 어느 순간 부상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특히, 달리기에 약간 중독되는 그 시점에.
그런 타이밍에 동호회 회장님께서 드릴 운동을 시작하자고 하셨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 처음 해 보았습니다.
사실 드릴이라기보다 보강 운동에 가까웠습니다.
각 동작별 100회씩.
달리기 시작 전에 이미 다리가 후덜덜.
그리고 2~3일이 지나도 배긴 알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오래 달리기를 해서 하체는 튼튼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픈 걸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았구나.'
'그 약한 부분때문에 부상이 왔던 게 아닐까?'
솔직히 예전엔 그랬습니다.
'보강 운동 30분 할 시간에 그냥 5km라도 더 뛰자'
'스트레칭은 무슨,,, 뛸 시간도 없는데'
2년을 다치고 나서야, 결국 다시 여기로 돌아왔습니다.
경험자들이 말하는 드릴 운동, 보강 운동,,,
그게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달리기보다 먼저 챙겨야 했던 것.
그건 내일도 다시 뛸 수 있는 몸이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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