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
그 말을
너무 오래 믿었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두 번째 구조조정
이번 퇴사자는 3개월치 급여를 더 준다고 했습니다.
자진해서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퇴사자 명단에 올라 이름이 불린 사람도 있었습니다.
같이 근무하던 직원의 이름이 명단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저는 그저 안도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팀 인원이 명단에 없는 것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믿었습니다.
바뀐 조직, 달라진 자리
몇 주가 지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자
신규 조직 발표가 나왔습니다.
두 개의 사업부가 합쳐지며
내가 속해 있던 팀의 팀장은
지금까지 팀 성과를 인정받아,
부장임에도 200명이 넘는 조직의 본부장이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저 그의 승진을 축하하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우리 팀
AS와 영업을 담당하던 10여 명의 우리 팀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이템 시작과 동시에 경력자로 합류했던 저,
그리고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왔던 유일한 사람.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경력과 인맥으로 설득해 판매했고,
해외 딜러를 빠르게 개척하며
매출을 만들어냈습니다.
디테일에 약했던 팀장 대신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어왔던 건 저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팀장이 본부장이 되면
제가 팀장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팀은 사라졌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각 조직으로 흩어졌습니다.
저 역시
아이템 전문 영업에서
유럽 특정 지역 영업 담당으로 재배치 되었습니다.
점점 보이기 시작한 현실
처음에는
신규 조직에서 제가 했던 아이템을
각 국가별 영업 담당자에게 설명하고
리딩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의 본부장을 도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 아이템이 잘되길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 내 평가는
내가 맡은 국가에서 나오는 매출뿐이었고, - 내가 키워왔던 아이템의 AS는
아무것도 모르는 AS 파트장의 승인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음을. - 신제품 가격 셋팅은,
판매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밀어붙여졌고,
두 번이나 크게 의견을 냈지만
돌아온 말은 하나였습니다.
“하라면 해.”
결국 그 신제품은
딜러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되었습니다.
퇴사자의 한마디
예전 같은 팀에서 AS를 담당하던 직원이
영국 법인 파견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제게,,,
“형, 아직도 모르겠어?
형 완전히 팽 당했잖아.”
그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구조조정 후 조직 개편,
그거 누가 협의했겠어?
형 회의는 들어가도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일만 하지 말고,
주변 돌아가는 것도 좀 봐.”
그리고 1년쯤 지났을까
회사에서 신사업을 시작하며
‘사업 타당성 보고’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또 일을 했습니다.
필요할 때는 쓰고,
어느 정도 올라온다 싶으면
다시 내려치는 구조라는 것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퇴사 전, 세번째 구조조정이 있었고,
사업부는 예전 형태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다시
AS와 영업 팀장을 맡아
반토막 난 매출을 끌어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장님은 자주 찾아왔고,
한 번 시작하면
1~2시간씩 이어지는 대화가 반복됐습니다.
어쩌면
그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회사가 변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변하지 않았던 건
‘일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던 저였습니다.
그리고 너무 늦게 깨달은 건,
회사에서의 정치와 라인은
드라마속 얘기가 아니라,
40에 접어들면
내 앞에 놓일 현실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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