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프가 겪은 회사 막내
회사 막내도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막 일을 맡길 만한 상태가 되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일을 나눠줘야 하는 시점.
손이 빠른 대리가 출산휴가를 가면서
업무를 재배분하는 회의가 열렸다.
“00대리 출산휴가니까
그 친구가 맡던 업체, 나눠서 배분할게요.”
잠깐의 침묵 뒤에 나온 말.
“일 더 하면… 돈 더 주나요?”
‘멍———’
굳이 MZ까지 갈 일도 아니다.
벌써 15년도 더 된 이야기니까.
팀장이 되기 전까지
신입 시절엔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대리, 혹은 과장쯤 되면
그동안 겪어온 상사들 덕분에(?)
웬만한 말은 그냥 흘려보낼 내공도 생긴다.
밑에 있는 직원과의 관계는
대체로 나쁘지 않았다.
그 친구도 실무를 하고
나 역시 실무를 하니
크게 부딪힐 일이 없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가르쳐주고,
실수해서 팀장에게 깨지면
측은한 마음에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넬 뿐.
팀장이 되고 나서
예전엔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 됐다.
억울해도
그 억울함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그런데 팀장이 되고 나니
일을 배분하는 순간,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이 친구는 이 일을 잘하고,
저 친구는 저 일을 잘하니
효율을 생각해 나눴을 뿐인데,
“왜 저는 했던 일만 해요?”
“왜 저는 귀찮은 일만…”
“전에 주신 것도 아직 못 끝냈는데요…”
“왜 우리 팀이 이거까지 해야 돼요?”
잘 따르던 후배들조차
“솔직히…”라는 말과 함께
불만을 꺼내놓는다.
각자의 입장은 모두 옳다.
그래서 더 어렵다.
나에게 공정함은
누군가에게 불공정이 된다.
결국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아니, 불만을 참고 일하게 만들기 위해
팀장인 나는 일을 더 끌어안는다.
속으로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내가 제일 일이 많잖아.
그냥 하라는 대로 좀 해라… 제발.’
시간이 지나서야
회사를 떠난 지 5년쯤 지났을까.
예전 팀원이었던 친구를 만났다.
“가끔 팀장님 얘기해요.
그때가 재밌었다고요.”
나는 너무 힘들어서,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만뒀는데.
자기 할 말 다 하던 후임도 힘들었고,
은근히 돌려까기 하던 상사도 힘들었다.
시름시름 앓은 지 석 달.
보다 못한 와이프가 말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살겠냐?
그냥 그만둬.”
상사보다 힘든 건 후임이었다
상사와의 갈등도 힘들지만,
후임과의 관계는 더 힘들다.
윗사람은
‘아, 그냥 들이받을까?’
— 물론 생각만 한다.
하지만 후임은 다르다.
경험도 없고,
좋은 관계가 깨질까 봐
그냥 참는다.
오늘도, 내일도.
그러다 보면
그 친구는 계속 직진이고
내 마음은 점점 구부러져
가슴을 파고든다.
돌려까는 상사와
직진하는 후배 사이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오게 됐다.
다시, 와이프가 겪은 회사 막내
와이프는 스물다섯부터 팀을 이끌었다.
후임을 다뤄본 경험도 많았고,
젊었고,
일 앞에서는 늘 직진이었다.
앞에서 할 말 다 하고,
후임에게 욕먹는 것도
“위에 있으면 욕먹는 거지”라며 넘겼다.
그래서
그때, 그 회사 막내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일 더 하면 돈 더 주나요?”
“1년 동안 회사가 너한테
돈 주면서 일 가르쳐준 거야.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받은 1년 치 월급은 어떻게 할 건데?
내가 일 가르쳐주면
그 비용은 나한테 주나?
돈도 안 되는데
왜 내가 시간을 써서
너한테 일을 가르쳐야 해?”
뒤늦은 깨달음
왜 나는
‘좋은 관계’라는 틀에 갇혀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욕을 먹을 수도 있고,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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