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나만 빠진 회사 단톡방
세무 사무소에서 근무하던 한 여자분의 이야기다.
회사에는 1팀과 2팀이 있었고,
그녀는 1팀 팀장이었다.
이야기는 그녀의 시점이다.
출산휴가 3개월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갑자기 이런 말을 들었다.
“팀장님은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어…?”
“팀장님만 빼고
2팀 팀장이 단톡방을 만들었었어요.
주로 팀장님 흉보는 방이었어요.”
잠깐의 정적.
“지금 왜 그걸 말해 주는 거야?”
그러자 팀원이 말을 이었다.
“팀장님 출산휴가 동안
2팀 팀장이랑 일해보니까
일 많다고 울기만 하고…
결국 그 일들을 저희가 나눠서 다 하고 있더라고요.”
“팀장님은 앞에서 뭐라 해도
본인이 일 제일 많이 했고,
저희 일까지 챙겨서
빨리 마무리해 주셨잖아요.”
“그동안 죄송했어요.”
잠시 생각하다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쁜 것들…
그래도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맙다.”
그날,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한 번에, 깨끗하게 털어냈다.
II. 아무렇지도 않았던 이유
‘나만 빠진 단톡방’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크게 상처받지는 않았다.
그 단톡방이 존재하던 당시에는
일도 바빴고,
출산과 육아로 정신이 없어서
그런 방이 있는 줄조차 몰랐다.
그리고 그 방에 있던 팀원들이
직접 나에게 와서 이야기했다는 건
이미 그 단톡방은 무너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때의 나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팀원들 중
내가 가장 많은 일을 했고,
관련 지식도 가장 많았다.
그동안 혼자 해온 일이 많았기에
당장 몇 명이 빠져도
업무는 감당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몸값이 가장 좋을 때였다.
다른 세무 사무소는 물론이고,
일반 회사로의 이직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시기였다.
누가 떠나도
일적으로 큰 타격은 없고,
필요하다면 언제든
더 좋은 조건으로 옮길 수 있는 상태.
그래서
‘나만 빠진 단톡방’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털어낼 수 있었다.
III. 단톡방을 만든 2팀장에 대해
2팀장은
평소에 나를 무척 위하는 척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방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이전에 나보다 위에 있던 사람이
오랫동안 나와 부딪히다 결국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 같은 애는 처음 본다.
더러워서 내가 나간다.”
그만큼
나는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차라리 한 번 치면
다시 받아치는 사람은
그래도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2팀장은 달랐다.
조금만 받아치면
본인이 피해자인양 윗사람에게 교묘히 정치를 하는 타입이었다.
이런 사람과는
싸워서 이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시기,
내 관심은 온통 첫 아이에게 가 있었다.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 외에
사람들의 감정이나 관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모른 척했다.
IV. 회사라는 곳
우리는 회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회사 일도,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중요해진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그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관계를 위해 회사에 들어간 게 아니다.
돈이 필요해서 들어간 곳이다.
가장 신경 써야 할 관계는
회사 사람이 아니라
가족이다.
회사 관계는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누가 나를 왕따 시키든,
내가 누군가를 멀리하든,
잠깐 스쳐 갈지도 모를 회사에서
그 관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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