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중에

거래처 사장님의 한마디 _ 그리고 ‘직장에 올인했던 바보 같은 나’

 

이 글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보상받을 거라 믿었던
한 직장인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회사를 위해 모든 걸 쏟고 있는 분이라면,
이 이야기가
불편하지만 필요한 질문이 될지도 모릅니다.

 

I. 거래처 사장님의 요청

1. 거래처 직원 교육

세무사무소에서 근무한 지
5년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거래처 사장님으로부터
새로 뽑은 경리 직원 교육을 부탁받았습니다.

그때의 저는
일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고,
열정이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지나쳤던 시기였습니다.


그렇게 거래처 직원 교육을 시작했는데,
교육을 하면 할수록
마음속에 한 생각이 계속 맴돕니다.

‘아… 이건 좀 아닌데…’

설명을 해도 전혀 이해를 못 하고,
모르면 물어보는 법도 없고,
배우려는 의지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거래처 사장님이지만
평소 매너도 좋고 괜찮은 분이었기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사장님, 잠깐 시간 되세요?”

“네.”

“제가 웬만하면 거래처 직원에 대해 말씀 안 드리는데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요.”

“네…?”

“오늘 경리 직원 교육을 해보니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모르면 물어보지도 않고,
배우려는 의지도 없어 보이더라고요.”

 

사장님은 잠시 말이 없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런가요?
혹시 오늘 저녁 식사 같이 하실 수 있을까요?”


2. 저녁 식사 자리에서

술잔이 몇 번 오가고,
사장님이 다시 물으셨습니다.

“정말… 그렇게 직원이 영 아닌가요?”

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네. 지금 직원은
자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소주를 한 잔 들이키며
조용히 말했습니다.

“사실…
저도 알고는 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제 딸입니다.”


그 순간,
술맛도, 말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II. 직장에 올인하는 바보들

1. 열정 바보

가끔 보면
직장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앞뒤 안 보고 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전의 저처럼요.


이런 생각들로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 직장이 있어야 돈이 있고
  • 돈이 있어야 가정을 지킬 수 있고
  •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임원 되고
  • 정년까지 일해서
  • 힘들지 않은 노후를 맞을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이렇게 믿습니다.

“회사에서 인정 못 받으면
내 인생도 그저 그런 인생이다.”


이런 마음으로 일하면
바보가 됩니다.

더 무서운 건,
본인은 바보인 줄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시의 저는,
거래처 사장님께
그 회사 직원도 아닌 사람을 두고

“자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라는
지나치게 주제넘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겁니다.


2. 열심히 하면 임원 되겠지

열정 바보는
자기 미래조차
믿고 싶은 대로만 믿습니다.

고민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죠.


한 번만 냉정하게 보세요.

  • 지금 회사 임원은 몇 명인가
  • 그 몇 명 안에
    내가 들어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나 말고도
일 잘하는 동기들,
타 부서의 실력자들,

주말마다 윗사람과 골프 치고
모든 시간을 회사에 갈아 넣는
진짜 실력자들 사이에서

내가 임원이 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3. 임원이 아니어도 정년까지는…

임원이 되지 못했다는 건,
누군가는 임원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 누군가는
내가 데리고 있던 팀원일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내 상사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인지라
이 상황에 적응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듭니다.

나이 들어 갈 곳 없는 나는
윗사람이든,
나보다 어린 상사든
막 대해도 참고 버텨야 합니다.

“참으면 되겠지…”


글쎄요.

그 문드러진 마음은
결국 몸까지 병들게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몸이 먼저 버티지 못해
두려운 퇴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4. 회사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

회사에서
자기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단 한 명입니다.

그 회사의 진짜 주인,
사장뿐입니다.


신년사에 빠지지 않는 말,

“주인의식과 애사심을 가지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저 같은 바보는
그 말을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그래,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해야지.’


그러다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회사의 주인은 사장이고,
나이 들어 갈 곳 없는 나는
이제서야
내 노후를 다시 준비해야 한다는 걸.


‘진작에 직장이 답이 아니라는 걸
심각하게 고민했더라면…’

‘난 예외일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었던 것들을

왜 꼭
닥쳐서야 알게 되는지…

그게
지금의 가장 큰 후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