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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달리기

"Sub4를 위해 정말 인터벌이 필요할까?"

풀마 4:24 주자가 데이터로 찾아낸 Sub4의 최소 조건. 8,945명 메타분석과 119,452명 Strava 데이터가 말하는
진짜 훈련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처음 달릴 때는, '에이 내가 어떻게 풀코스를,,,

 

근데, 달리기를 넘어 마라톤으로 접어들면

'Half도 해봤고, 32km 대회도 괜찮았으니, 첫 풀코스는 Sub 4정도 해봐야지'

물론 주변에 얘기하진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4시간 완주를 목표로 한다.

 

그렇게 도전한 첫 풀코스

20km까지는 가능할 거라 생각했는데,

점점 힘들어지면서, 30km를 넘는 순간, 억지로 페이스를 유지하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제서야 남들이 얘기하는,

'풀코스 달려봤어? 풀코스는 또 달라'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많은 러너들이 목표로 삼지만, 생각보다 달성하기 힘든 그 벽 앞에서 멈춘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I. 출발점

올해 4월, 풀마 4시간 24분. 5월 청남대 100km 울트라 15시간 40분.

둘 다 부상 없이 완주했다.

 

사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2년 전, 공주부여 첫 풀코스에서 처음으로 부상이라는 걸 당했다.

이후 욕심 때문에, 부상이 낫기도 전에 달리다 또 다치고, 쉬다 달리고, 또 다치고.

정말 지긋지긋한 1년 6개월을 보냈다.

당연히 달리기 실력은 계속 퇴보했다.

 

부상 때문에 계속 풀코스 도전을 못하다가, 올해 4월, 1년 6개월 만에 다시 풀코스에 도전했다.

목표 페이스는 6:10. 다치지 않고 완주가 목표였기에.

뛰다 나도 모르게 빨라지면, 6:10에 맞게 다시 속도를 늦추었다.

그렇게 목표를 달성하고, 다음 날 평상시처럼 뛰면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부상 없이 뛰니까 다음 날도 달릴 수 있고, 실력이 계속 향상되겠구나. 그간 매 대회 후 부상으로 두 달 넘게 못 달렸었는데...'
완주 다음 날 다시 달릴 수 있었다. 그게 진짜 성과였다.

 

5월 울트라도 마찬가지였다. 부상 없이 끝냈다.

그 순간부터 처음 풀코스 도전했을 때처럼, 다시 달리기 욕심이 생겼다.

 

그 전까지는 주 50km가 전부였다. 부상이 무서웠으니까.

그런데 두 대회를 멀쩡히 마치고 나서 6주 전부터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주 50km에서 90km로.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Sub4를 달성한 사람들은 실제로 어떻게 훈련했을까?

현재 내 훈련 데이터

  • 6주 전부터 주 90km, Easy Run 위주
  • 10km까지 페이스: 5:40~5:50 / 심박수 130bpm
  • 10km 이후: 같은 페이스인데 심박수 145~150으로 드리프트
    (속도는 동일한데 심박수가 올라가는 걸 드리프트라고 한다)

Sub4를 하려면 42km 전 구간 5:41 페이스.

10km까지는 그 페이스고, 심박수 130에서 달리고 있다.

하지만 130bpm이 10km 이후부터는 올라가고, 30km 지점에서는 5:40 페이스 유지가 쉽지 않다.

그럼 내 수준에서 어떤 방향으로 훈련을 잡아야 할까? 데이터를 찾아봤다.


II. Sub4 주자들은 실제로 얼마나 뛰었을까?

먼저 훈련량 데이터를 찾아봤다.

85개 연구. 137개 코호트. 8,945명의 마라톤 러너를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다.

기록별 주간 마일리지

목표 기록 평균 주간 거리 피크 주간 거리
Sub 4:30 50~60km 70km
Sub 4:00 44~60km 90km
Sub 3:30 80~100km 110km

생각보다 숫자가 높지 않다.

6주 전부터 주당 약 90km를 뛰고 있다. 물론 이 마일리지가 Sub4의 정답은 아니다.

부상 없이 소화 가능한 범위에서 진행 중인 개인 실험에 가깝다.

단순히 거리만 보면 이미 Sub4 수준을 가기 위한 훈련량이다.

 

그렇다면 마일리지 외에 Sub4 주자들이 하는 또 다른 훈련 혹은 변수가 있지 않을까?


III. 의외의 사실 — 빠른 러너들은 인터벌보다 Easy Run을 더 많이 했다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나는 당연히 빠른 러너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는 훈련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데이터는 달랐다.

2024년 말 발표된 연구. 119,452명, 151,813번의 마라톤 기록을 분석한 Strava 대규모 데이터다.

상위 러너들의 훈련 강도 분포

훈련 종류 상위 러너 일반 러너
Easy Run (Z1) 75~85% 50~60%
중강도 (Z2) 10~15% 30~40%
고강도 (Z3) 5~10% 10~20%

그리고 이 분석에서 나온 가장 충격적인 문장은 이거다.

"총 유산소 볼륨이 퍼포먼스 변동의 90% 이상을 설명했다."

Zone 2, Zone 3 훈련 시간의 절대량은 빠른 그룹과 느린 그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빠른 그룹이 달랐던 건 딱 하나.

Easy Run을 더 많이 했다는 것.

IV. 그렇다면 Easy Run만으로 Sub4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개인차가 크고, 기록이 좋아질수록 Easy Run만으로는 한계가 나타난다.

Easy Run은 이런 변화를 만들어낸다.

  • 모세혈관 밀도 증가
  • 미토콘드리아 증가
  • 심장 기능 향상
  • 지방 연소 효율 증가

결국 같은 페이스를 더 쉽게, 더 오래 유지하게 만든다.

실제로 주간 마일리지를 48km에서 80km로 늘렸을 때 완주 시간이 최대 32분 단축됐다는 연구도 있다.

 

현재 내 기록이 4시간 24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Easy Run 중심의 마일리지 증가만으로도 상당한 기록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Sub4 달성 여부는 개인차가 크며, 결국 실제 레이스에서 검증해야 한다.


V. 그런데 내 데이터는 조금 이상했다

현재 내 데이터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구간 페이스 심박수
0~10km 5:40/km 130bpm
10km 이후 5:40/km 145~150bpm

속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심박수는 올라간다.

이 현상을 심박수 드리프트(Heart Rate Drift)라고 부른다.

최근 마라톤 연구에서는 이 드리프트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Durability(지속 능력)를 이야기한다.

처음 10km를 잘 달리는 능력이 아니라,
30km 이후에도 같은 능력을 유지하는 힘이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 심박수 드리프트가 가장 낮은 그룹이 더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더 좋은 기록을 냈다.

10km 기록이 좋아지는 것과 마라톤 기록이 좋아지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심박수 드리프트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확인한 연구들은 주간 마일리지 증가와 충분한 저강도 훈련이 Durability 향상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다.

나는 처음에 Sub4가 속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찾아볼수록 다른 결론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금 내게 부족한 건 속도가 아니라, 그 속도를 끝까지 유지하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VI. 그럼 인터벌은 필요 없는 걸까?

아니다.

인터벌은 분명 효과가 있다.

보스턴 마라톤 917명 데이터에서, 주당 quality session 1회 추가가 완주 시간을 평균 16.2분 단축시켰다.

이 숫자는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순서가 있다.

많은 러너들이 인터벌부터 찾는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92개 마라톤 훈련 플랜 분석에서 레이스 8주 전 권장 훈련 구성은 이랬다.

Easy Run (Z1)    →   63~67%
중강도 (Z2)      →   14~18%
고강도 (Z3 이상) →   5~10%

인터벌은 있다. 하지만 전체의 5~10%에 불과하다.

인터벌은 기초가 아니라, 마지막 퍼즐에 가깝다.

VII. 나의 실험 — 10월 Sub4 프로젝트

그래서 나는 앞으로 4개월 동안 하나의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Easy Run으로 Durability를 높인 뒤, 필요한 시점에 템포런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템포런이란 "불편하지만 유지 가능한" 강도로 달리는 훈련,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짧은 단어는 겨우 내뱉을 수 있는 수준.

Easy Run이 엔진 크기를 키우는 훈련이라면, 템포런은 그 엔진의 효율을 높이는 훈련이다.

훈련 계획은 아래와 같다.

10월 중순.

이 실험이 옳았는지, 몸으로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다.


결론

인터벌이 필요한가?

데이터는 이렇게 답하는 것 같다.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중에."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나는 인터벌이 필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터벌은 필요하다.

다만 지금의 나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 능력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순서를 바꾼 것이다.

 

Sub4를 만든 것은 특별한 인터벌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충분한 마일리지.
충분한 Easy Run.
그리고 무너지지 않고 계속 달리는 능력.

어쩌면 Sub4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성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10월 중순.
인터벌보다 Easy Run을 먼저 선택한 이 실험이 옳았는지, 몸으로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다.

참고 자료 · Bayne et al. (2019). An evaluation of the training determinants of marathon performance. Journal of Science and Medicine in Sport. (8,945명, 85개 연구)
· Muniz-Pumares et al. (2024). The Training Intensity Distribution of Marathon Runners Across Performance Levels. Sports Medicine. (119,452명, 151,813회 마라톤)
· Smyth et al. (2022). Decoupling of internal and external workload during a marathon. Sports Medicine.
· Takayama & Aoyagi (2025). Do heart rates of elite marathon runners exhibit room for drift? Frontiers in Sports and Active Living.
· Research Square (2023). Quantitative Analysis of 92 Sub-Elite Marathon Training Pl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