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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달리기

나를 대체하는 AI? 내 일을 줄여주는 AI | AI 시대 생존기 32편

AI 시대 생존기 시리즈 | 32편

나를 대체하는 AI? 내 일을 줄여주는 AI

31편에서 저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AI 시대를 준비한다는 건, 새로운 도구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먼저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질문 앞에 서니, 또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직업 10가지."

 

의사, 간호사, AI 엔지니어, 심리상담사...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두고, 40~50대인 우리가 지금 와서 완전히 새로운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인 이야기일까?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직업으로 살아남을까?"

가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AI 때문에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   ●   ●

 

예전 회사 면접을 보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엑셀 잘하시나요?"
"PPT 잘하시나요?"

 

그런데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사마다 쓰는 양식이 달랐고, 보고서를 만드는 방식도 달랐습니다.

 

결국 직접 일을 해보면서, "아, 여기서는 이렇게 쓰는구나." 하나씩 익숙해졌습니다.

 

AI도 지금은, 저에게 비슷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챗GPT를 잘 쓰나요?" "클로드를 잘 쓰나요?"

보다,

"당신이 실제로 하는 일에 AI를 적용해본 적 있나요?"

이 질문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   ●

 

제가 하는 일은, 겉으로 보면 세 가지입니다.

 

달리기에 관한 글과 영상.
AI에 관한 글과 영상.
그리고 지금 그나마 현금이 되는, 잉크젯 관련 글과 답변.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생각하고, 자료를 찾고, 글을 쓰고, 고치고, 번역하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만들고, 답변합니다.

 

예전에는 이 과정 대부분을 직접 했습니다.

 

빈 화면에서 초안을 쓰고, 문단의 구조를 고민하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다시 읽고, 이미지도 직접 편집했습니다.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렸습니다.

 

●   ●   ●

 

지금은 그 과정의 일부를 AI와 함께합니다.

 

생각을 정리할 때 AI와 이야기하고, 초안을 부탁하고, 번역을 맡기고, 이미지 콘셉트와 제작도 함께합니다.

 

대신 저는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맞는지,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조금 더 제 이야기처럼 고쳐야 하는지를 다시 봅니다.

 

AI를 쓰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작업 시간은 거의 절반 정도 줄었습니다.

 

제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하던 일 중 일부를 AI에게 맡기게 되었고, 그만큼 다른 일에 시간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방식이 바뀐 것입니다.

 

●   ●   ●

 

얼마 전 한 출판사 대표님의 강연을 봤습니다.

 

글쓰기는 고통스럽지만 즐겁기도 하고, 초안부터 퇴고까지 전부 직접 한다고 했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그 사람에게는 중요한 가치일 수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직접 써보고, 직접 고치고, 직접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AI를 직접 사용해본 뒤, 그 모든 과정을 혼자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는 조금 벗어나게 됐습니다.

 

AI가 제 일을 대신한다기보다,

제가 빈 화면 앞에서 오래 고민하던 초안의 시작을 먼저 만들어주고,

저는 그 결과를 보면서 방향을 정하고 다시 판단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   ●   ●

 

달리기도 비슷했습니다.

 

누가 러닝화를 사라고 해도,

"그냥 운동화 신고 뛰면 되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거리가 늘어나고, 발뒤꿈치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러닝화를 샀습니다.

 

누가 좋다고 해서 산 것이 아니었습니다.

직접 뛰어보니, 제게 필요한 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왜 필요한지 몰랐습니다.

 

AI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AI를 배워야 한다"는 말은 저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일을 해보다가, AI에게 어떤 작업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어? 이거 두 시간 걸리던 일인데."

그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작업을 맡겨볼 수 있을까?"

 

●   ●   ●

 

아내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래처에서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다양한 질문이 옵니다.

 

예전에는 상대방의 질문을 읽고, 어떤 분위기로 답해야 할지 생각한 뒤, 직접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지금은 그 질문 내용을 AI와 공유하고,

"이 내용에 맞게 답변을 작성해줘."

라고 부탁한다고 합니다.

 

몇 초 뒤 몇 가지 답변이 나오면, 그중 하나를 선택하고,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서 보냅니다.

 

AI는 답변 초안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답을 보낼지, 거래처와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어떤 표현이 지금 상황에 맞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판단합니다.

 

AI가 일을 대신했다기보다, 그 일을 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   ●   ●

 

그런데 여기서는 하나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AI가 누구에게나 같은 존재는 아닙니다.

 

저에게 AI는 지금까지, 제 일을 없애기보다는 시간을 줄여주는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AI 코딩 도구가 발전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하던 일부 작업은 이미 AI와 함께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앞으로 그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제조업의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사람을 돕는 설비였지만, 어떤 공정에서는 이제 사람 없이도 일이 돌아갑니다.

 

같은 기술이라도,

누구에게는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이고,

누구에게는 자신의 일을 위협하는 경쟁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AI가 내 직업을 대체할까?"

라는 질문을 막연하게 생각하기보다,

먼저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일 안에서, AI가 이미 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   ●   ●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지금 당장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먼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조금 나눠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일 중에서,
AI가 이미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AI에게 맡기면 시간이 줄어드는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직,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직접 해보기 전에는, AI가 저를 대체할지, 아니면 제 일을 줄여줄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에게 AI는 아직, 저를 없애는 존재라기보다, 제 일을 줄여주고 시간을 벌어주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처럼 일을 줄여주는 단계를 넘어, 제 직업 자체를 줄이는 순간도 올 수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또 다음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하지만 적어도 지금,

막연히 사라지지 않는 직업을 찾아 헤매기보다,

먼저 내 일을 AI와 함께 해보는 것.

 

그렇게 해봐야, AI가 내 일을 줄여주는 도구인지, 아니면 내 일 자체를 줄이기 시작하는 기술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