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막에 숨을 몰아쉬며, 억지로 발을 움직여 평지를 달리고, 내리막을 조급하게 내려갔습니다.
'몸도 조금 지나면 회복되겠지'
달린 지 9시간이 지날 때까지도, 14시간 안에 Finish line을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절룩거리면서도 결국 Finish line은 통과해 왔기에.
하지만 오르막만 나오면 가빠지는 숨은 그대로였습니다.
아무리 고통을 참고 가려고 해도, 몸 자체가 따라주지 않는 한계!!
마라톤 참가 이후 처음으로 Finish line을 통과하지 못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과!!

살다 보면 어정쩡하게 끝나는 일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한 결말은 아니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서 어쩔 수 없이 끝나는 일.
반대로, 내가 특별히 잘해서라기보다 상황이 좋아서 운 좋게 마무리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은 혼자 시작하고 혼자 끝내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있고, 상황이 있고, 운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이 잘못되면 핑계 댈 것도 많습니다.
'누가 조금만 도와줬어도.'
'운이 없었지 뭐.'
그런데 달리기는 조금 다른 거 같습니다.
물론 날씨도, 컨디션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지. 얼마나 훈련했는지. 그날 내 몸이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 그 결과는 꽤 정직하게 나옵니다.
누가 대신 뛰어줄 수도 없고, 누가 내 기록을 만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결국 내가 얻는 것도, 내가 잃는 것도, 내가 만든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번 화대종주에서 완주하지 못한 게 더 찜찜했던 것 같습니다.

완주 실패.
역시나 그 찜찜함은 계속 남는 거 같습니다.
처음에는 다시 한번 참가할까 고민했습니다.
다시 화대종주에 도전해서, 이번에 남은 찜찜함을 끝내버릴까.
그런데 또 한편으론,
대회 운영도 마음에 들지 않고, 1년을 기다린다는 게 뭐해서,
굳이 그 대회가 아니라 다른 비슷한 대회를 찾아도 되는 건 아닐까.

다음 대회를 완주하면 이 찜찜함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생각하다 보니, 그것보다 조금 더 근본적인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찜찜함의 정체는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그날, 내 몸이 화대종주를 완주 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근데 그러지 못했고, 계속 원인이 뭘까? 고민했습니다.
왜 그렇게 퍼졌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대회 준비가 부족했던 건 아닐까. 수면이 부족해서였을까. 보급이 문제였을까.
계속 이유를 찾았습니다.
'화대 종주를 14시간 안에 들어올 몸 자체가 아니었던 것'
그게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그렇게 찜찜했던 마음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실패했기 때문에 아니라, 그 결과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찜찜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나와, 그날 산에서 움직였던 내 몸의 수준이 달랐던 것뿐인데, 그걸 마주하기가 싫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걸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다시 화대종주에 나갈지, 다른 대회에 도전할지?'
이제 조급함은 사라졌습니다.
지금 중요한 건 어느 대회를 다시 신청하느냐가 아닌 것 같습니다.
먼저 제 몸을, 그다음 수준까지 만들어 놓는 것.
충분히 훈련하고, 조금 더 성실하게 달리고,
그렇게 내 몸의 변화를 내가 직접 느낄 수 있을 만큼 만들어 놓는 것.
그리고 언젠가, '아, 많이 나아졌구나.' 그 말을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
그게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이번 화대종주는 Finish line을 보지 못했고, 14시간 안에 들어오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마음이 너덜너덜했습니다.
그 첫 실패가
앞으로 조금 더 잘 달릴 수 있는 저를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겸손하게 그리고 조금 더 성실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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